정유사들의 생존 방식이 깨지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정유사업 외에 전통 석유화학사업으로의 저변 확대를 통한 구조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가 및 환율 등 불확실성 속에서 정유사들의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체질 변화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11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함께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설비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양사는 기존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약 50만㎡ 부지에 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를 통해 지난해 약 33% 수준이었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을 오는 2022년까지 45% 이상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석유제품과 방향족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케미칼 HPC를 통해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원 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HPC 사업으로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번 투자는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전통적 정유화학 사업의 틀을 깨는 행보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의미와도 맞닿아 있는 이번 투자에 대해 업계는 정유산업 구조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부문 신규 투자는 이미 예견돼 왔다"며 "업황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화학산업이기에 정유사들의 선택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빠른 속도로 화학부문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올레핀 계열 제품은 기존 석유화학업계가 전통적으로 생산해온 부문에 해당하는 만큼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불과 석달 전 GS칼텍스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MFC(Mixed Feed Cracker)시설 설비에 대한 투자 단행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약 43만㎡부지에 2조원대 금액을 투자해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올해 중 설계 작업을 시작해 2019년 중 착공 예정이다.
에쓰오일 역시 올레핀 사업 등 비정유부문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약 5억원을 투자해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RUC/OD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 7만6000배럴의 잔사유를 프로필렌 및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고 연간 40만5000톤의 폴리프로필렌(PP)과 30만톤의 산화프로필렌(PO) 등을 만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신규설비가 가동되면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 비율이 현재 14%에서 19%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회사 측은 성장 잠재력이 큰 올레핀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지속성장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자회사 SK종합화학은 지난해 6월 중국에서 현지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 중한석화를 합작으로 설립했다. SK중한석화는 오는 2020년 설비 추가 증설을 마치게 된다. 이를 통해 연간 110만톤의 에틸렌과 90만톤의 폴리에틸렌, 70만톤의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정유부문 이상으로 화학의 입지가 커지면서 업계의 체질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시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업계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시노펙 합작 중한화학, 7천400억원 증설 투자
기존 대비 화학제품 생산량 80만톤 늘어날 듯…오는 2020년 증설 마무리
입력 2017.10.17 10:25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인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가 대규모 추가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1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중한석화는 최근 생산량을 기존 대비 약 40% 늘리는 총 7천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투자는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의 직접 투자가 아닌 중한석화의 자체 투자 결정이다.
이번 증설을 통해 중한석화는 연간 에틸렌 110만톤, 폴리에틸렌 90만톤, 폴리프로필렌 70만톤 등 기존 대비 생산량이 80만톤 늘어난 연간 화학제품 총 3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증설 투자는 오는 2020년 마무리될 예정이며 완공 직후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증설은 공정개선(Revamp) 방식으로 추진된다. 신규 공장 건설 대신에 기존 설비의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부품을 교체하거나 신규로 장착하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는 신규 증설에 투입되는 비용과 자원을 크게 아끼며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고효율 투자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신설 투자의 약 60% 수준의 비용으로 연간 80만톤의 제품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한석화는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35 대 65의 비율로 총 3조3천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3년 10월 설립했다. 중한석화는 한·중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로 가동 첫 해부터 흑자를 내며 성공적인 경영 실적을 거둬 왔다. 지난해 18%였던 중한화학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20%를 돌파할 것응로 보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중한석화의 이번 투자는 SK와 시노펙의 공동의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와 서로 간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추진될 수 있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중국 화학사업 확장의 발판으로 향후 중국에서의 딥 체인지 2.0을 선도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10.17일 시노펙 주가현황
광대증권은 시노펙석화(600688.SH)에 대해 “동사가 경질화 개혁 및 공급체인 관리 강화를 통해 원가 절감에 노력하고 있다”며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제시했다.
우위(裕) 광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동사 매출 및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은 전년비 각각 0.37%, 67.79% 감소한 519.93억, 11.37억 위안을 기록했다. 2분기 동사 매출은 전년비 1.62% 증가했지만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은 전년비 69.95% 감소한 5.27억 위안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동사 순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원유 가공 원가가 전년비 7.88% 상승한 3,309위안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비록 2019년 상반기 브렌트유 평균가가 전년비 하락했지만 동사의 경유 가공 비율 상승, 위안화 가치 절상, 운수비용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원유 가공 원가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동사의 원유 가공량은 전년비 1만 톤 증가한 697만 톤에 달했으며 가공 원가 및 원유 가공량 증가로 동사 원가는 전년비 17억 위안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올해 상반기 세계 고저유황 연료유, 경중질 원유의 가격 차이가 좁혀져 일부 원유 가격은 저점에서 빠르게 상승했다. 동사는 원유 구조의 경질화 개혁을 추진중이며 원유 구매 공급체인 관리를 강화해 시장점유율 확대와 원가 절감에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광대증권은 동사의 2019~2021년 EPS를 각각 0.24/ 0.28/ 0.3위안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 주가 대비 PER 18.5/ 16.1/ 15배다.
발간일: 2019.8.22
시노펙석화(600688.SH)는 2019년도 상반기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519.9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7% 감소했고,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은 11.37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73% 감소했다.
지난 몇십 년간 삼성전자는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는 데이터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석유 자원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제조업 시대를 이끌었다면, 신제조 시대에는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Data is new oil) 역할을 하며 미래 사회 원동력이 될 것이란 게 삼성의 판단이다.
실제로 10년 전에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부터 10위까지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페트롤차이나, GE, BP 같은 석유회사와 은행이 차지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애플,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처럼 데이터를 만들고 관리하는 회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최고전략책임자)은 2017년 CEO 서밋에서 데이터 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하고 있다.
전 세계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는 매일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고, 삼성 반도체는 데이터를 옮기고 저장한다. 손 사장은 “전 세계 데이터의 70%가 삼성 제품을 통해 생성되고 저장된다”며 “데이터를 통해 미래 혁신의 물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몇 년 간 인수합병(M&A)한 회사를 보면 대부분 ‘데이터’와 연결돼 있다. 2016년 8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에 인수한 하만, 2012년 인수한 사물인터넷(IoT) 업체 스마트싱스, 2015년에 인수한 삼성페이의 원천기술이 된 루프페이, 인공지능 회사 비브랩스 등은 각 영역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는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카탈리스트펀드, 삼성넥스트, 삼성벤처투자 등 3개의 사내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도 대부분 데이터와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분야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발족한 ‘넥스트 Q펀드’는 지난달 말 양자 컴퓨터 관련 스타트업‘알리오 테크놀로지스’에 투자했다. 양자컴퓨터는 기하급수적이고 규모가 방대해 연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난해한 데이터를 해결할 잠재력을 갖췄다.
신약 및 소재 개발과 관련된 대형 분자 시뮬레이션, 운송 물류에서 효율적인 무역을 위한 최적화 프로그램 설계, 리스크 분석, 날씨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역시 2015년 5월 중국 구이양에서 열린 빅데이터 산업 박람회에서 “세상은 정보통신기술(IT) 시대에서 데이터기술(DT) 시대로 가고 있다”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윈은 미래엔 가진 데이터로 사회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버는 일이 미래의 핵심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알리바바가 지난 수년간 온라인쇼핑에서 물류, 인터넷금융, 미디어, 광고 등 다양한 플랫폼 구축에 주력한 것도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베스트 셀러 ‘호모 데우스’는 데이터가 미래 인류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의 모든 생활과 습관 등은 빅데이터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정리돼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컴퓨터가 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인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보여주는 방대한 개인정보는 데이터화되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은 적합한 제안을 한다. 단지 어떤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서 나아가 데이트 상대를 추천하고 어느 대학에 가서 무엇을 공부하라고 알린다. 졸업하면 직장까지 추천한다.
특히 데이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구제조는 급격히 몰락한다. 예를 들어 A씨가 있다. 그는 하루에 한 시간만 특정 시간에 자동차를 이용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23시간 동안 계속 차를 갖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컴퓨터 AI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되는 스마트 카풀 시스템이 탄생한다.
컴퓨터는 A씨가 언제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정확한 시간에 맞춰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무인자동차를 보내준다. 이 무인자동차는 직장에 A씨를 내려준 뒤,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대신 다른 사용자들에게 간다.
이런 식으로 하면 5000만 대의 공용 무인자동차로 10억 대의 자가용을 대체할 수 있다. 도로, 다리, 터널, 주차 공간도 훨씬 덜 필요하게 된다. 하루빨리 신제조로 전환해야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신제조 시대에는 수많은 데이터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의 역할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 최고의 직업 50’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1위로 뽑혔다. 래스도어 최고의 직업은 연봉을 비롯해 직업 만족도, 일자리 수 등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1만 달러(약 1억3100만 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 역시 100명이 넘는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운영 중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리 전문가보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 데이터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형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국내 빅데이터 및 분석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IT 시장 조사 기관 IDC는 향후 5년간 국내 빅데이터 시장이 연평균 10.9%로 성장해 2022년 약 2조2000억 원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IDC 도상혁 책임 연구원은 “데이터, AI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과 투자 계획은 향후 국내 빅데이터 분석 시장 성장의 또 다른 주요 성장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