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도 있었답니다.
나이든 아저씨가 위에 보이는 가방 같은 것을 들고 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머리카락 팔아요~ 채권 삽니다. 금이빨도 팔아요~~
이렇게 어울릴 것 같지 안은 같이 사러다니는 채권장수 아저씨, 그렇게 쉽게 살 수 있을 것 같지 안은 물건을 찾아서 아저씨는 하염없이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
6,70년대 한국의 효자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의 원료로 그리고 때마침 긴머리를 가지고 있던 우리의 누님들은 오 헨리 소설의 <크리스마스 선물>의 주인공이 되기 위하여 자신은 머리카락을 힘들어 짤라주었고, 금은방에선 잘 안사주던 자신이나 가족 중 큰 맘먹고 해 넣었던 금이빨이 빠져 소중히 보관주이던 것을 가지고 나와 가격을 물어본다.
그 중 생소하게 느꼈던 상품이 채권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채권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러나 그당시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은 지나가는 강아지도 가지고 다니는 전화가 집안의 커다란 재산목록이었고 이런 전화 한대 놓으려면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을 사야만 했다. 주택을 분양 받거나 구매할 때도 국민주택채권을 사야만 하고, 현재도 자동차를 팔고 사려면 도시철도채권이나 지방채를 사야만한다.
이렇게 구입한 채권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모르고 집안에 뒀다가 만기가 지난 것도 있고, 갑자기 채권장수가 지나며 부르는 소리에 생각나 팔아서 현금을 챙겼던 것이다.
그런대 위의 3가지 상품은 도대체 가격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머리카락 길이에 따라 질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일 것이고, 아기 돌반지나 결혼 반지는 그래도 금은방에 가지고 가면 조금 손해는 볼지언정 값을 쳐주는대 금이빨은 구입을 안해준다. 채권 가격도 마찬가지다 액면은 일만원으로 적혀있는대 만기까지는 한참 남아있고 현금이 필요한대 팔 수나 있는 것인지 팔 수 있다면 어디가서 얼마에 팔아야하는지를 통 모르느겠는 상품들이다. 그래서 거래가격은 엿장수 맘대로 아니 채권장수 만대로 메기고 흥정을 해서 사가곤 했었다. 그래서 채권장수가 저 가방하나를 들고 그렇게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수고를 해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문이 많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대 이런 일이 현재도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 차 한대쯤은 가지고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런대 이 차를 구입할 때는 강제로 채권을 구입하게된다. 그런대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조차도 모른다. 알아도 자동차 딜러에게 그거 깡하면 얼만대? 그러면 딜러가 얼마라고 이야기 해주면 응 그래하고 끝이다. 아니면 비용이 너무비싸 조금만 더 쳐줘하고 흥정을 한다. 옛날 채권장수 이야기이다.
적어도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같이 구입한 채권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공공기관이 발행한 신용등급 AAA의 국공채로 현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를 증권회사에 가져가면 그 시점의 이자율로 할인하여 곧바로 현금으로 지급한다. 예날 채권장수 아저씨나 요즘 자동차 딜러 아저씨도 깡한 채권을 다 증권회사에 갔다 판다.
적어도 현재 이자율과 수익율 정도는 확인할 줄 알고, 이를 근거로 내가 가지고 있는 채권의 현재가를 계산할 수 있어야 채권장수 아저씨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닌게 된다.
계산하는 거 어렵지 안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