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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31 브라질국채 현황

거목 2018. 9. 2. 10:37

헤알화 급락… 7兆 브라질 투자자 발동동

  • 정경화 기자
    • 입력 : 2018.08.31 03:09

    헤알화 연초보다 17% 이상 폭락, 주식형 펀드 올 수익률 -15.8% 
    10월 大選 앞두고 불확실성 커져… 전문가 "신규 투자는 선거 이후"

    최근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자 브라질 국채 및 주식 투자 수익률도 덩달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에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겹치면서 헤알화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한 브라질 국채 투자금만 7조원에 달해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 앞둔 브라질, 한 달 새 헤알화 10% 급락

    브라질 헤알화는 최근 한 달간 터키 리라화 다음으로 많이 떨어졌다. 헤알당 원화 환율은 연초 320~330원 수준에서 17% 이상 급락해 30일 269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1개월 새에 10% 넘게 폭락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도 지난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연초 이후 원화 대비 헤알화 환율 추이 그래프

    헤알화 가치가 폭락한 것은 터키발 금융 불안으로 신흥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브라질에서는 현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뇌물 수수 혐의로 수감 중인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당선될 경우 연금·재정 개혁 후퇴, 세금 부담 확대 등이 예상돼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 브라질 정부는 55세부터 기존 급여의 70%를 지급하는 연금제도 축소를 추진해왔는데, 룰라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연금 개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은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로 양호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해 왔다"며 "환율 급락이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이어질 경우 브라질 경제 전반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국채·펀드 수익률 마이너스…자금 이탈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브라질 국채 투자 수익률도 급락했다. 브라질 국채는 매입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연 7~10%의 높은 이자가 지급되는 것이 가장 큰 투자 매력이다. 그런데 올 들어 채권 금리보다 헤알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자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최근 12%까지 올랐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현재 환(換) 손실과 채권 평가 손실을 동시에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브라질 채권 투자로 인한 이자 수익은 평균 2.2%임에도 환율 하락으로 -19.7% 손해를 입으면서 총수익률이 -17.5%로 추락했다.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가 연초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다 환 손실이 겹친 탓이다.

    30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주식형 펀드 8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15.8%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1(종류A)은 -14.63%, 한화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A클래스)은 -17.47%, KB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A클래스)은 -11.46% 등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으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는 신흥 유럽 펀드 -10.75%, 신흥 아시아 펀드 -5.58%에 비해서도 훨씬 저조한 성적이다. 이에 따라 약 1300억원 규모의 브라질 펀드에서 올 들어 166억원이 빠져나갔다.

    ◇"신규 투자, 대선 이후로 미뤄야"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8월 말 현재 브라질 국채 판매 누적액은 약 7조원 수준이다. 높은 이자 수익을 노리고 브라질 국채를 샀던 투자자들은 수익률 급락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투자는 대선까지 지켜본 뒤 결정하되 기존 투자자들은 버틸 것"을 권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 연구원은 "이미 브라질 국채를 들고 있는 경우 수익률이 바닥을 찍었을 때 팔아 치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브라질이 올해 1.5% 성장하는 등 양호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수익률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매도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